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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료실 제4회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
작성자
운영자
날짜
26-10-08 17:33
조회수
15

이건용 교우, 제4회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 수상자로 선정

 

(사)평화를일구는사람들(TOPIK)은 우리 사회의 평화 정착에 기여한 이들을 격려하고 모범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 수상자로 서울주교좌교회의 이건용 가브리엘 교우를 선정하였다.

이건용 가브리엘 교우는 한국의 존경 받는 작곡가로써 살아오면서, 한국음악, 양악, 기악, 성악, 오페라, 합창에 걸쳐 광범위한 작품 활동을 하여 왔다. 또한, 1979년 서울주교좌교회에 출석한 이후로 성실한 성공회 신앙인으로 성공회 교회음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성가를 작곡해왔으며, 특별히 전세계 교인들이 함께 부르는 성가 <오소서 평화의 임금(성공회성가 367장)>은 한국의 평화통일 염원을 음악으로 구체화해서 전 세계 교인들과 함께 부르는 평화의 노래가 되었다고 본 상 선정위원회는 그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제4회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 수상자 이건용 교우와의 인터뷰

 

 

제4회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을 받은 이건용 교우를 만나 수상 소감과 더불어 성공회와의 인연, 교회음악과 평화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그 깊이에 크게 공감하고 음악과 신앙이 어울려 나오는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편집자 주-

 

1. 성공회 신앙공동체에 들어오게 된 인연은?

가장 먼저 저에게 들어온 성공회의 씨앗은 서울주교좌 성당의 종소리였습니다. 1962년 이후 저는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당시 학교는 정동에 있었는데 점심때쯤 되면 늘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또 얼마 후 저녁 무렵 덕수궁 앞을 지나는데 낯익은 종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를 찾아갔더니 나무들에 둘러싸인 교회가 나왔습니다. “종소리처럼 교회도 아름답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쯤 지난 후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저는 이따금 좋은 건축물들을 답사하곤 했습니다. 그때 주교좌 성당을 찾아와 바깥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안에서 오르간 소리가 났습니다.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문을 두드렸더니 안에서 오르가니스트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교회 안을 둘러보며 저희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극한 정성이 어려있는 곳!” 부족한 대로 말로 표현하자면 그런 곳이었습니다.

몇 년 후에 독일에 유학하게 되었는데, 그 어간에 둘째 형님(이대용 요셉 주교)이 성공회 사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이천환 주교님께서 다른 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독일을 방문하셨습니다. 하루 쉬시는 날 라인강과 하이델베르크 등지를 안내해 드렸습니다.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세한 대화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제 마음속으로 귀국 후에는 성공회의 교인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1979년 8월 귀국 직후부터 서울 주교좌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그때 이래 지금까지 46년간 여기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 신앙이 선생님의 삶에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

저는 작곡가입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곡 300여 곡을 썼습니다. 그중에 3분의 1가량이 교회를 위한 곡입니다. 작은 곡으로는 성가와 합창곡이 있고 큰 곡으로는 미사곡, 칸타타, 수난곡, 오페라가 있습니다. 그중에 많은 부분이 우리 교회에서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 그 곡들의 대부분이 우리 교회에서의 신앙 체험에서 잉태되어 나온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저의 음악 세계의 가장 큰 부분이 우리 교회에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7년에 작곡한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은 서울주교좌성당으로부터 위촉을 받았습니다. 저는 작곡하면서 이 곡을 부를 우리 교회의 성가대와 이 곡의 첫 청중이 될 우리 교우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 교회의 수난복음 낭송 예전을 눈앞에 그리며 작품을 썼습니다. 그러니 이 수난곡은 우리 교회의 신앙전통과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초연이 이루어진 후 이 수난곡은 독일에서도 몇 년간 연주되고 올해에는 일본에서도 연주되는데 저의 음악 세계를 말해주는 대표작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3. 성공회에서 교회 음악과 관련된 일들을 많이 하셨는데, 어떤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그 이유는?

저는 성공회의 성가 개편 작업에 두 번 참여하였습니다. 1990년의 <성가> 그리고 2015년의 <성가>입니다. 성가는 회중 노래입니다. 우리는 매 주일 3~4곡의 성가를 부릅니다. 미사곡을 더하면 7~8곡이 됩니다. 일요일의 주일 감사성찬례만 참석해도 그렇습니다. 만일 매일 아침 감사성찬례에 참석하고 또 저녁기도에 참석한다면 이 숫자는 몇 배로 늘어날 것입니다.

회중 노래는 혼자도 부를 수 있습니다. 굳이 성가책을 펴놓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에 불렀던 성가가 하루 종일 저도 모르게 입에서 떠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부르고 쉽게 부르는 것이 회중 노래입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성가대의 찬양과 오르간의 음악도 좋고 중요하지만, 회중 성가처럼 우리에게 가까이, 쉽게, 깊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우리의 신앙을 만드는 체험들에는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이 있습니다. 성서 말씀과 설교 말씀은 언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비언어적인 것도 많습니다. 성찬식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과 동작과 냄새와 맛이 모두 결합한 경우입니다. 성가가 또 다른 중요한 예입니다. 성가에는 물론 언어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힘이 있는 듯합니다. 많은 교우가 성가를 부르면서 깊이 감동하는 체험을 해보았으리라 믿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은 언어로 된 것과 언어가 아닌 것, 양쪽의 체험을 통해 그 모습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비언어적인 체험을 주는 대표적인 요소 중의 하나인 성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성가(찬송가)를 부르느냐에 따라 교회의 모습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성가>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성가를 만드는 일에 두 번이나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영예이며 은혜입니다.

 

4. 선생님께 ‘평화’란 무엇입니까? 음악은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큰 평화가 있고 작은 평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평화는 이를테면 세계의 평화, 한반도의 평화 같은 것이고 작은 평화는 가족들 간의 평화, 일상생활 속의 평화 같은 것이겠지요.

2013년 부산에서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릴 때 저는 음악 감독으로서 그 준비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총회의 키워드가 정의, 평화, 생명이었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표현하는 이미지에 대해서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전쟁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은 많고 분명한데 비해 평화의 이미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는 ‘평화’를 생각하면 오히려 분쟁지역과 전쟁터의 참상이 떠오릅니다. 폐허가 된 거리, 파괴된 무기와 시신들, 난민. 그리고 그런 것이 없는 그림으로서 평화를 생각합니다. 그만큼 평화는 멀리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평화 시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벌여 놓은 채로 삽니다. 고추를 말리고, 여행계획을 짜고,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음악회를 가고…. 전쟁이 나면 이러한 것 중에서 사소한 것부터 없어집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비상식량과 돈이 될 수 있는 귀중품, 필수적인 살림 등등만 챙기고 차례로 버리다가 절체절명의 목숨과 관련된 일만 남깁니다. 전쟁의 최우선 피해자는 사소한 일상입니다. 가족과 하는 사소한 대화, 음악 감상, 햇빛과 바람을 즐기는 산책, 오후의 차 한 잔… 이런 것들입니다. 이런 것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평화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일상을 소중히 지키는 일이 전쟁의 마음을 이기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평화에 비해 작은 평화는 너무나 미미해 보이지만 이 힘으로 큰 전쟁을 이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5. 평화를일구는사람들 상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음악으로는 상을 받아 보았지만, 그 외에 일로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어서 새삼 저 자신을 돌아보며 “자격이 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상은 내가 신청해서 받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이 필요할는지는 몰라도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은 주는 사람이 알아서 주는 것입니다. 어린 학생 시절 개근상, 우등상의 존재를 알고 열심히 해서 받기도 했습니다만 하나의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는 상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고 그래야 감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는 나를 눈여겨보고 있었구나.” 하는 것일 터입니다. 자신의 존재와 그동안 해 온 일에 대한 새삼스러운 인정. 그것도 가장 존경하는 존재로부터…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것이 시편 23편의 한 구절입니다. “내 원수 눈앞에서 내게 상을 차려주시고 내 머리에 기름 발라주시니 나의 잔이 넘칩니다.”

더욱 섬기겠습니다. 작은 평화를 소중히 여겨 이웃과 함께 가꾸고 일구어 나가겠습니다. 원수들 때문에 나의 평화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 더욱 평화롭겠습니다. 큰 평화를 이루어 큰 전쟁들을 이겨낼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5a389bf6cede85689ea869f3226f3c9b_1791448680_593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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